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고3 기말시험지 유출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행정실장과 학교 운영위원장이 시험지를 빼돌린 과목이 5과목에서 9개 전 과목으로 확산된데다 중간고사 때도 시험지 유출이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16일 광주 서부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A고등학교 행정실장 B씨(58)가 경찰조사에서 기말고사 전체 과목인 9개 과목의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B씨는 지난 12일 경찰과 학교 측의 조사에서 국어와 고전, 미적분, 기하와 벡터, 생명과학Ⅱ 등 5개 과목에 대해 유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2차 조사에서 기말고사 시험 전체 과목인 9과목의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학교에 설치된 CCTV에서 B씨가 인쇄실에서 시험지 여러 장을 밖으로 들고 나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시험지 유출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계속 드러나면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험지 유출을 부탁한 학교운영위원장이자 학부모인 C씨는 경찰 조사에서 5개 과목의 유출만 인정하는 등 B씨와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학교가 시험지 보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데다가 이 학교 3학년 중간고사 때도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포착되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C씨가 아닌 다른 학부모 등에게도 시험지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올 기말고사·중간고사 뿐만 아니라 다른 시험에서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특히 정년이 2년 밖에 남지 않은 B씨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운 시험지 유출을 단순히 학부모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저질렀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된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와 광주교사노조는 윗선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 등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특별감사가 진행 중으로 감사관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간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시험을 치르기 전 C씨의 아들 D군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힌트를 준 문제가 실제로 출제되자 학교 측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기말고사를 치른 이 학교에서 국어와 고전, 미적분, 기하와 벡터, 생명과학Ⅱ 등 5개 과목에 대한 시험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1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사회부 오문수 기자 dbskj@hanmail.net        사회부 오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