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바람끝이 조금은 달라진 듯 하다. 차가운 바람이지만 한겨울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독감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외국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홍역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이웃 나라 일본의 독감과 해외에서 유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홍역 등 감염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월말 전국적으로 인플루엔자 환자수가 213만 명 정도 발생했다. 이는 1월중순 보다 50만 명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국내에서도 홍역 확진자가 40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병이 국내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인플루엔자는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연합군 병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1919년까지 대유행했다. 당시에는 '타미플루' 등 마땅한 치료약이 없었던 터라 결과는 참혹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사망자가 약 5,000만 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계 1차대전 사망자 숫자 1,600만 명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인플루엔자·홍역 환자 기승

이후 인플루엔자는 1968년부터 1969년 사이 홍콩에서 유행하며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염은 주로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나오는 작은 침방울로 전파되며, 잠복기는 1~4일 정도로 소아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바이러스 배출기간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주로 유행하며 일반 감기와는 달리 38℃ 이상의 발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지난 해 11월 16일에 유행기준 초과로 인플루엔자 주의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인플루엔자는 제3군 감염병이며 간헐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계속 그 발생을 감시하고 방역대책 수립이 필요한 감염병이다.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도내 3개 병원을 대상으로 내원한 호흡기질환 의심환자에 대한 인플루엔자와 호흡기바이러스를 찾아내 그 유형을 분석하고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 출현을 감시하는 역할을 연중 수행하고 있다. 진단방법은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목구멍을 면봉으로 바른 인후 도찰물 중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분리하여 특이 유전자가 검출되는지 여부를 통해 확인한다.

환자가 재채기 할 때 생기는 침방울(비말)이 사람의 손이나 물체에 묻었을 때는 노출부위를 지체 없이 비누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노출된 손을 씻지 않고 눈, 코 또는 입을 만지면 짧은 시간 내에 세포의 점막에 침입하여 증식할 수 있으므로 고령자, 소아, 임신 중이거나 만성호흡기질환자, 당뇨 등의 대사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신접종으로 항체를 만들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여러 종류의 감염병 예방이 그러하듯이 인플루엔자의 예방 또한 손의 청결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가 지하철 승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손으로 가죽 손잡이나 난간을 접촉하는 횟수가 1인 하루 평균 3.3회, 얼굴을 접촉하는 횟수는 3.6회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사람들이 3시간 동안 얼굴의 특정 부위인 코와 입술을 각각 16회, 24회 만지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신체 부위를 자주 만지면 감염원에 노출될 기회는 많아질 것이다. 손 씻기 전 바이러스가 100만 개라 가정한다면 비누로 1분간 손을 씻었을 때는 수 십 개까지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손만 잘 씻어도 예방·차단

일상생활 중에 화장실이나 식당 등 여러 시설물의 손잡이를 이용할 기회가 많다.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방어기작과 체계는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국제간 교역 증가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사람들 간 이동이 급증하면서 감염병의 확산과 이동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물의 손잡이를 이용할 경우 인플루엔자를 비롯한 감염병과 손의 청결관계를 한 번쯤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독감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손 위생을 위해 1분 만 투자 해보길 바란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연구부장 최 경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