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은 보통 약한 자를 보살피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자기 자신도 많은 사람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다.

개를 맹인견으로 키우기 위해 우선 먼저 평범한 가정에 맡겨 애정을 쏟고 아주 귀여움을 받게 한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크면 훈련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훈련을 시키는데, 따뜻한 애정을 쏟아 인간과의 관계에 신뢰가 생긴 개가 아니고서는 시력 장애인과 파트너 관계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란다.

집 주변에서 사람에게 괴롭힘을 받아 불구가 된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그 고양이는 사람을 굉장히 두려워하여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면 멀리 도망가 버리고 만다. 한번 이런 경험을 하면 ‘사이좋게 지내자’고 접근하는 상대와도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이고양이의 마음을 풀어주고 ‘가까이 가도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것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이 애정에 둘러싸여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고 많은 사람에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야말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 그래야 신뢰관계를 자꾸자꾸 넓혀 갈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러시아 배가 우리 동해해상에서 사고를 당해 기름이 유출된 일이 있었다. 그때에 고깃배에서 많은 자원봉사자가 모였다. 이 광경을 뉴스로 보면서 ‘아, 우리나라는 든든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에 처해 있는 타인을 도우려는 마음이 우러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다. 그러나 만약 언제나 주위에서 차갑게 대하고 바보 취급받고 배신당하고 괴롭힘을 당한다면 누가 다른 사람을 도울 마음이 생길까?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생긴다. 타인이 자신에게 항상 잘 대해 주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도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좋은 사람의 주위에는 꼭 그만큼 따뜻한 사람들로 붐빈다. 그 사람들도 모두 ‘마음에 풍요로움’ 이 있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우리의 행동과 태도에 따라 시력 장애자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애정 많은 개를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 또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애정을 거부하고 외톨이가 된 고양이를 만들 수도 있다.

자, 우리는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추교등 기자 dbskj@hanmail.net        추교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