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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포네 콤플렉스를 깨우다

<영웅본색>
2022. 01.25(화) 15:33

최종호 위원
떨림, 흥분의 강도가 크다. 아드레날린은 물론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 세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밈(mene)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다. 홍콩 누아르(noir)에 대한 단상이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홍콩 누아르는 국내 영화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로서 맹위를 떨쳤다. 당시 할리우드 직수입(UIP) 배급영화와도 대척점을 이루며, 소위 ‘따꺼(형님)’ 영화시대를 열었다.
그 포문을 연 건 단연 <영웅본색>이다. 주윤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영화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마카로니 웨스턴의 전유물이었던 ‘쌍권총’이, 주윤발형 ‘베레타 쌍권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성냥개비를 습관적으로 입에 무는가 하면, 롱 트렌치코트를 입는 남자들이 늘어났다. 지금 K-컬처가 있다면, 당시에는 홍콩-컬처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본색>은 위조지폐를 거래하는 범죄단체조직의 음모와 배신, 의리를 담은 마초영화이다. 범죄단체조직에서 ‘큰형님’으로 통하는 송자호(적룡)와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마크(주윤발), 그리고 송자호의 동생 ‘형사’ 송아걸(장국영)이 축이다. 여기에 형님들을 배신하고 조직 보스 자리에 오른 아성(이자웅)이 사건 전개의 핵심역할을 한다. <영웅본색>은 스토리 라인과 갈등구조가 단순하지만, 흡인력이 강하다. 무엇보다 남성이 자극받는 소재를 잘 버무린 ‘남성 헌정’ 영화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만큼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을 발끝에서부터 끌어올린다.
<영웅본색>이 남성들의 심장을 파고들며, 불후의 명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남성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는 ‘알카포네 콤플렉스’를 깨운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치할 수 있지만, 남자들은 싸움짱, 조직 보스 등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으뜸이 되고픈 ‘욕망’이 있다. 여성이 미(美)의 정점을 추구한다면, 남성은 무(武)를 지고의 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포용과 관용, 배려로 점철된 ‘신사’는 남성의 마지막 지향점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웅본색>은 캐릭터 설정이 ‘완벽’했다고 볼 수 있다. 자호는 범죄단체조직의 큰형님이지만, 가족애가 넘치고, 사람을 보듬을 줄 아는 신사적인 조직 보스이다. 신념이 확고하고,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남자로서의 기품을 지닌 인물이다. 거대한 아우라를 지닌 큰 산과 같은 위엄을 느끼게 한다.
마크는 훤칠한 키 등 수려한 외모를 지닌 꽃미남이면서 시쳇말로 ‘의리 빼면 시체’인 범죄단체조직원이다. 어느 상황에서도 당당한, 남자의 기백이 넘치는 사나이이다. 영화 초반에 보인 사회소외계층을 돌보는 그의 사회공동체 정신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의 전형이다. 누아르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풍림각신과 선착장신은 의리와 결기를 탑재한 마크만이 소화할 수 있는 시퀀스였음을 오우삼 감독은 미리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movie.naver.com
또한, 형 자호에게 분노하지만 결국 형을 포용하는 아걸은 형제애를 부르는 ‘동생’이다. 형사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수사에 거침이 없지만, 형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감정을 이입시키는 매개역할을 한다. 만약, 아걸 마저 자호와 마크처럼 마초‧신사적이고, 의리와 기백이 집합된 ‘남자’였다면, 오히려 <영웅본색>은 과한 설정으로 외면 받았을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의 남자는 아걸처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구성과 조화는 수많은 남성들이 <영웅본색>을 ‘인생 띵작’으로 꼽는 데 중요한 역할로 작용했을 것이다.
<영웅본색>에서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Track)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를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한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년정(當年情)은 플롯, 현악기, 오케스트라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돼 영화 전반에 녹아든다. 하모니카 버전은 감정선의 미세한 부분을 자극하며, 말초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듯하다. 경쾌하면서 애절하게 때로는 장엄하게 장면 장면을 마음에 닿게 끌고 간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ST 중 짝눈의 노래(Cockeye’s song)가 한때 가을 남성들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됐다면, 당년정은 화려했던 남자의 과거 회상신에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영웅본색>은 영화시장에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게 한 ‘명작’이다. 36년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성의 알카포네 콤플렉스 깨운다. 시대를 넘어 선 불변의 공감대는 <영웅본색>이 지닌 힘이다. 조직폭력 영화가 난무한 한국영화시장에 이처럼 진한 남성 영화가 제작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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