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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삶,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2022. 07.05(화) 15:15

최종호 위원
새벽 5시쯤 눈을 뜬다. 의지와는 상관없다. 계획했던 기상이 아니기에 그냥 뒤척인다. 이리저리 뒹굴며 생각에 생각을 이어간다. 어느새 생각은 뭉텅이가 된다. 대부분이 고민거리다. 이내 커져버린 뭉텅이를 깨부순다. 고민을 파편처럼 널브러트린다. 하나 둘씩 고민거리들이 선명해진다. 하지만 막상 고민거리들과 대면하면 애써 피하려 한다. 현실의 무게 때문이다.
심란한 마음에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소환한다. 곤히 자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인 막둥이의 손을 내 얼굴에 비빈다. 주위에서 “아빠와 판박이네”라는 말을 듣는 아이다. 아빠와 닮았다는 말이 싫진 않은지 부정하지 않는다. 다행이다. 둘째인 곤쥬님(애칭)은 나이답지 않게 정이 많다. 벌써부터 딸 노릇을 톡톡히 하는, 심성이 착한 아이라 사랑이 더 기운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대학생 같은 큰 아들은 음악에, 친구에, 옷에, 숙제에 여념이 없는 녀석인데, 한 번씩 막둥이와 내 사이에 눕곤 한다. 내리사랑 때문에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한 미안함이 커 유독 아픈 손가락이다.
우리 가족을 형성하는 데 일등공신인 아내는 삼남매를 낳고 기르느라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인간 일기예보 기능을 탑재한 듯 아내는 언젠가부터 날씨를 맞힌다. “손가락이 쑤시고, 유체이탈한 것처럼 내 몸이 아닌 것 같아.” 이런 상태를 힘없이 표현하는 경우에는 백발백중 날씨가 궂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비가 내리거나 흐리다. 리즈시절에는 ‘미대 여자’로서 맵시가 돋보이고, 활력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안쓰럽기만 하다.
2007년, 31살에 결혼해 15년 동안 일군 지금의 내 가족이다. 이처럼 가족 구성원을 일별해보니, 누구나처럼 30대를 결혼과 육아, 직장에만 전념한 시기였음이 읽혀진다. 정해진 수순처럼, 주어진 일정을 무탈하게 완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시기를 떠오르니 행복과 나란하고 있음이 전달된다.
마음 한 쪽에서는 부모님과 함께한 ‘가족’이 심연을 꽉 채운다. 나주 부잣집 딸인 어머니와 평범한 노부모 밑에서 자란 아버지, 그리고 형과 누나. 생애주기에 따라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가족의 ‘원형’이 마음을 데운다.
그런데 40대 중반의 삶은 혹독한 현실과 부딪히기 시작한다.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상황들이 쉴 틈 없이 발생하며, 인생의 의미를 천착하게 한다. 형제의 죽음과 어머니의 병세 악화, 삼남매를 키우는 현실 가장, 그리고 애매모호한 직장에서의 위치. 이러한 일들을 하나로 묶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생각은 온통 고민으로, 이는 다시 고통으로 연결된다.
순리대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때가 되면 겪게 되는 ‘것쯤’으로 여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 ‘때’는 자연에 따라 순응하는 시간만이 아닌,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상황까지 품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일이 언제, 또 어떻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설령 불식간에 일어난다 해도 받아들이고, 견디는 방법을 사전에 알고 있었더라면, 마음은 우와좌왕과 불안함에 요동을 치진 않았을 것이다.
40대 중반의 삶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또한 예측불허의 항망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이제야 인생의 본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다른 이는 참어른이 됐다고 한다. 슬픔과 고통이 인생의 시작이고, 그제서야 어른이 된다는 논리가 와닿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는 모습과 유형이 다르기에 예기치 않은 상황을 어떻게, 얼마나 빨리 ‘인정’하느냐가 인생에서 풀어야할 과제인 듯하다.
40대를 준비하는 어떤 이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피하거나 부정하지 말라는 것을.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며, 차근차근 다져가는 것이 40대 삶의 시작임을 말이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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