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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치부를 드러낸 디스토피아!

<콘크리트 유토피아>
2023. 09.05(화) 15:41

최종호 위원
전 지구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후변화와 식량난, 생물 다양성 소멸, 전쟁 등 위협요인이 매일 번식하며 세상을 병들이고 있다. 디스토피아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멸망’에 대한 열쇠어 확산도 심상치 않다. 각계에서는 미래지구멸망 보고서를 앞 다투어 내놓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80년대 앨빈 토플러가 <미래 쇼크>에서 예측한 상황은 더 이상 예견이 아님을 간과할 수 없다. 지구대멸망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경우 인간은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 어떤 유형으로 살아갈지가,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의제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가까운 내일의 지구멸망보고서 중 하나의 챕터를 담아냈다. 대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 온갖 시설물의 파괴로 사라진 현대문명의 이기. 지옥이 된 일상. 최첨단 시대에서 자급자족 시대로의 회귀가 ‘공포’ 그 자체인 것. 생각의 초점을 맞추게 하는 출발점이다. 이 같은 공포는 대지진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아파트 한 동에서 증폭된다. 그리고 제한된 공간과 구역에서 발현되는 저급한 인간 본성이 전체주의의 공포를 만들어낸다. 민주주의 원칙을 입힌 전체주의는 철저히 개인에 대한 자유와 권리를 억압한다. 평등공동체를 위시한 비합리적 규칙으로 아파트를 견고한 결집체로 엮는다.

이들 아파트 공동체는 그들만의 세상을 일구는 게 주목적이다. 때문에 사람을 갈라치기 하고, 울타리 밖 존재들을 배척한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지만, 이면이 품은 속내는 처연하다. 아파트에 유독 집착하는 영탁(이병헌)을 통해 그 이면이 스멀거린다. 영탁은 몸을 던져 아파트 화재를 진압하고, 아파트 내부의 옆 동네 이방인을 몰아내는 데 앞장선다. 아파트 임시주민회 회장직을 맡아 식량 공급 등 리더로서 위세를 떨친다. 이로 인해 아파트 공동체 주민들에게 강한 신임을 얻고, 입지 또한 높이 쌓아간다.

이 같은 영탁의 행동은 주거의 행복추구권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자가(自家)와 맞물린다. 영탁이 아파트에 갖는 집착이 작금의 영끌족, 전세사기 등 주거를 둘러싼 백태와 폐해에 대한 종착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사기 주택거래로 인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영탁에게 주거는 가장 두렵고, 무섭고, 간절한 것임을 암시한다. 자신의 존재를 입막음하기 위해 옆집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는 영탁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영탁에게 집이, 보금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야 될 것임을 방증한 것. 때문에 영탁이 아파트에 갖는 과도한 집착은 불안정한 사회시스템이 만든 부작용임을 영화는 비판한다. 생애 첫 주택 구입 등 집을 갈망하는 대한민국 소시민들의 모습이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어쩌면 현대인의 공동체 삶에 대한 작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재앙으로 인한 일상의 붕괴가 인간을 상식 밖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듯하지만, 오늘의 현실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음을 꼬집는다. 대재앙이 없는 현재에도 현대인들은 서로를 구분 짓고, 경계의 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신분과 지위, 거주환경에 따라 그들만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말이다.

이러한 사회 단면은 선애(김선영)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선애(김선영)는 오랫동안 아파트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며, 아파트 전체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그동안 아파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선봉 혹은 선동자로서 본인 입맛에 맞게 아파트를 가꿔온 듯하다. 이는 실제 아파트 내에서 발생하는 기형적 권력구조를 표현한 것으로, 내부시스템의 병폐로 해석된다. 외부 환경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대재앙이 있기 전 선애와 아파트 공동체는 아파트 밖 이방인들에게 구분과 경계의 대상이었음이 선애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특정계층 및 거주민에게 거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씁쓸한 단상이다. 때문에 대재앙이 불러온 변화는 선애와 아파트 공동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기회’였을 터. 아파트 내부의 이방인들을 배척하는 행위에 당위성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movie.naver.com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주공간에서 발생하는 상식 밖의 일들에 대재앙을 끌어들여 역설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치부를 사회적으로 합리화시키기 위해 구실과 수단을 대입시킨 듯하다. 한편으로, 영화는 실질적인 대재앙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세를 묻고 있기도 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격론하는 공리주의(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와 자유지상주의(개인의 행복)의 선택에 대해 말이다. 옳고 그름이 아닌 지혜의 인간이 되는 방향성을, 그 안에 품은 진정성은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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