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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차게, 손발은 따뜻하게
2023. 11.15(수) 15:57

안수기 박사
입동이 지났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이다. 주위에서 다들 춥고 ‘배고프다’고들 하소연이다. ‘아직도’가 아니다. ‘진짜로’라고 아우성이다.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하는가? 선현들은 작품에서조차 설파했다. 세한도에서, 날이 차가워진 이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푸름을 간직함 것을 안다. 고난 속에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절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겨울은 어떤 색일까? 언뜻 하얀색으로 생각하기 쉽다. 왜? 흰 눈의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데 선현들의 구분은 달랐다. 겨울은 검은 색이다. 여기서 검은 색은 흑(黑)색이 아니다. 검을 현(玄)이다. 아득하게 멀어서 검붉은 색이다. 깊은 바다나 머나먼 창공의 검은 빛의 색이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때 차갑게 느껴지는, 그리고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색이다.

겨울철 생명력·에너지 응결

차가운 것은 기운을 응결시킨다. 냉증기결(冷則氣結)! 냉기는 서리가 되고, 눈이 되며, 얼음이 된다. 차가움은 모든 생명력과 에너지를 고정시키고 응결시킨다. 냉정한 현실의 비정함이 서려있다. 차가움은 자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인체에도 밀접하다. 동상이나 저체온증 환자는 모두가 웅크리고 딱딱해진다. 기운이 펼치지 못하는 원인이다.

신체 장기와 혈관과 신경들도 위축된다. 대사가 저하되고 면역력이 약해진다. 혈액의 순환에 장애가 발생한다. 각종 병리적 증상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겨울에는 순환기질환이나 신장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냉증이라 부르는 증상을 주의해야 한다. 손발이 차갑고, 창백하다. 저리거나 쥐가 잘 나고 아프다. 시리고 추워서 못 견딘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질환들이다.머리는 차게, 손발의 따뜻하게! 조상들의 건강지침이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한다. 예전의 한옥은 온돌방이다. 부뚜막의 불길을 따라서 아랫목은 따뜻하고 윗목은 차가웠다. 잠자리의 자세를 보면 대부분이 발을 아랫목에 대고 윗목에 머리가 있었다. 머리가 뜨거우면 해롭다. 손발도 차가우면 건강에 적신호이다. 잠자리에서 눕는 방향조차 건강을 고려하며 살아왔다. 일상에서도 열정과 냉정함을 실천했던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장의 리듬이 깨진다. 수면이 안정되지 못하고 화병이 일어난다. 불규칙적인 순환은 상체의 열감으로 나타난다.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끼게 된다. 한편 손발은 순환저하로 차게 변한다. 사지 말단이 냉기를 느끼면서 냉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상하좌우의 소통이 안 되면 신체의 부조화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 질병이 발생한다. 그 치료는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 상하좌우에 혈액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순환·소통 미래지향적 사회

사회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돈과 물자와 인적 소통이 건전한 사회의 기본이다. 중심부만 몰리고 말단부가 경직되면 각종 병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도 과잉팽창이다. 가슴의 과부하가 걸리는 상태다. 위정자들은 지방의 발전을 고민해야 될 때이다. 어떻게 지방과 농촌에 순환과 소통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 상하좌우의 순환과 소통이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인체의 생리와 병리가 작은 사회의 거울이 될 수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닫고 저장하는 계절이다. 기온은 내려가고 햇볕의 길이도 짧다. 따라서 몸의 생리적인 패턴도 자연의 현상에 맞추어야 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도 좋다. 햇볕 속으로 나아가고 항상 따스한 차를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한 겨울에도 냉커피만 일상으로 마셔대는 현대인들이다. 선현들의 양생법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해보면 그 진면목이 보인다. 추워진 연후에 진짜 아픈 부위와 시린 부위가 드러난다. 추운 겨울도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약점을 극복하면 건강이 배가될 수 있다. 어찌 몸만의 문제이겠는가. 사회는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감이 만연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보자. 두한족열의 지혜로 건강을 챙기면서 경제도 이겨내자. 머리는 냉철하게, 손발은 열정적으로!
한의학박사·다린공동탕전원대표 안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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