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사립고교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행정실장과 학부모의 징역 1년6개월 형량에 대해 학부모와 시민단체, 법조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혐의의 중대성 등을 감안하면 '형량이 낮다'고 주장하는 반면, 법조계는 양형기준에 따른 형량으로 '형이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18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광주 모 사립고 행정실장 A씨(58)의 변호인이 지난달 7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지만 일주일여 만인 지난 13일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

학부모 B씨(53·여)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다.

앞서 1심에서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2년을, 2심에선 6개월 감경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법원의 징역 1년6개월 형량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죄질을 감안했을 때 '중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형량에 아쉬움을 표명했다.

'아들을 의사로 만들겠다'며 시험지를 빼돌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분노와 절망에 빠뜨렸고 '광주교육'에 대한 불신 등 사회적 파장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고사는 물론 기말고사에서도 시험지를 유출하는 등 이들의 범행이 동급생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에 비춰보면 이번 법원의 판단이 너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할 말은 없지만 일벌백계를 했어야 했다"며 "무엇보다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명확한 사후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민 C씨(42)는 "아무리 감형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2심의 1년6개월 형이 가벼운 형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위원회의 업무방해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보면 기본적으로 6개월에서 1년6개월의 형을 권장하고 있다.

감경 사유가 있을 때는 8개월 아래로 형이 내려가지만 가중되는 경우에는 1년에서 3년6개월의 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에 자수를 하는 등 반성을 하거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학교 측에서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보면 감경사유가 있지만 엄중한 사안을 감안해 징역형을 판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많지 않는 만큼 이들이 받은 형이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감경사유가 있지만 사안의 엄중함을 검토해 징역 1년6개월의 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7월 6~10일 치러진 기말고사, 앞서 4월 25~27일 치러진 중간고사 시험지를 유출해 학사행정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아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성적을 올리려고 A씨에게 부탁해 시험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행정실에 보관된 시험지 전부를 복사한 후 원본들 다시 등사실에 넣어두고, 42장 복사본을 B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시험지를 편집해 아들에게는 '시험 족보'라고 이야기하고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중간고사 시험지도 B씨에게 유출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A씨와 B씨가 부인하고 있는 대가관계 등에 대한 수사에 집중했지만 대가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최초 B씨의 아들 친구들이 신고를 했다"며 "아들 친구들은 증거를 모으면서 멘붕에 빠졌고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고 진술했다"며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1년6개월 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사건 초기에 수사기관에 자수하는 등 뉘우지고 있는 점, 학교법인 측에서 A씨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B씨의 경우 한국장학재단과 장애인특수학교 등에 상당액을 기부한 점 등을 양형 조건으로 참작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부 김재일 기자 dbskj@hanmail.net        사회부 김재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