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금) 16:26
영화 '기생충' 결이 다른 가족공동체에서 사회 전체를 바라보다
| |||||||||||
|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간의 군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지극히 이분법적 사고로 명확하게 둘로 갈라진다. ‘있다, 없다.’ 특히, ‘가진’ 정도에 따라 삶의 영역이 달라지고, 환경은 천양지차를 이룬다. 그래서 현대인은 끊임없이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저마다 처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말이다.
영화 <기생충>은 이러한 단상을 적실하게 담고 있다. 층층이, 요소요소에 잘 버무리며,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하류층을 은유하는 반지하와 상류층을 상징하는 저택의 수직구조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삶의 ‘공간’에서 병리를 끄집어낸다. 극과 극의 삶의 질을 드러내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자본’의 핵심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다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두 가지 부류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그 속에서 상류문화를 관찰하고, 다른 측면에서 사라지지 않는 삶의 체취를 언어와 표정으로 전달한다. 신분계급 간 ‘불편한 대비’는 웃프면서 처연하고, 이 같은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씁쓸함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하류층을 규정짓는 요소를 ‘냄새’에 둔다. ‘태생의 불변’에 확실한 선을 그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소설 <향수>에서 생선 가판대 밑에서 태어난 사회 최하층민 그루누이가 아무 냄새를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지하실 냄새라도 지닌 기택(송강호)은 그루누이보다 더 나은 부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루누이는 냄새를 찾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면, 기택은 자신의 냄새를 혐오하는 대상을 응징하기 위해 살인을 한다.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하류층의 몸부림이다.
그동안 봉준호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의 ‘계층’을 다뤄왔다. 약자나 소외계층을 소위 ‘당하는 입장’으로, 처한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저항적’ 이미지를 입혀왔다. 현실을 벗어나기보다는, 뛰어넘기 위한 처절함을 봉 감독은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그렇기에 <기생충>은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 <기묘한 가족> 등 가족공동체를 골격으로 전개되는 상황극의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급’이 다른 가족공동체를 나란히 앉히고 근간을 들여야 봄으로써 사회구조를 역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태를 투영시키며 사회적 병폐를 꼬집는다. 영화의 전체 줄기를 이어가는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을 통해‘청년’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이들 남매는 현 시대에서 청년을 정의해버린 N포세대, 캥거루족의 전형이다. 기택, 충숙(장혜진)과 함께 가내수공업(박스 접기)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부정이나 불편이 없다. 마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편입이 녹록치 않음을 이미 체념한 듯 ‘지금’에 순응하며 사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비쳐준다. 기우와 기정은 우리 ‘청년’들의 모습으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기생충>은 15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동익(이선균)가 연교(조여정)의 애정신을 연출했다. 굳이, 라는 의구심을 끌어내는 신이지만, 봉 감독은 이들의 대화에서 그들의 본질을 들추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여성 속옷을 찾는 동익과 마약을 언급하는 연교의 본질을, 잠옷 채로 나누는 스킨십은 이들의 본질을 감추며 사는 이중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들의 행동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하류층의 가족공동체는 이들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현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은 과거 계급구조와 다름없다. 16세기 독일의 부르주아, 영주의 유산계급이나 농민 등의 무산계급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자본’에 의해 계급이 규정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과 중국의 태평천국운동, 러시아혁명 등이 자유와 평등을, 특권층에 대한 노동자의 아비규환이었듯, 예나 지금이나 계급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 간 갈등이 <기생충>의 원류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은 어떠한 부류는 다른 부류에 편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우의 금수저 친구인 민혁(박서준)의 제안, 영화의 핵심어인‘기생(寄生)’이 어쩌면 금수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부터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이러한 단상을 적실하게 담고 있다. 층층이, 요소요소에 잘 버무리며,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한다. 하류층을 은유하는 반지하와 상류층을 상징하는 저택의 수직구조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삶의 ‘공간’에서 병리를 끄집어낸다. 극과 극의 삶의 질을 드러내며,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자본’의 핵심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다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두 가지 부류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 그 속에서 상류문화를 관찰하고, 다른 측면에서 사라지지 않는 삶의 체취를 언어와 표정으로 전달한다. 신분계급 간 ‘불편한 대비’는 웃프면서 처연하고, 이 같은 구조를 받아들여야 하는 동시대 사람들의 씁쓸함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하류층을 규정짓는 요소를 ‘냄새’에 둔다. ‘태생의 불변’에 확실한 선을 그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소설 <향수>에서 생선 가판대 밑에서 태어난 사회 최하층민 그루누이가 아무 냄새를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지하실 냄새라도 지닌 기택(송강호)은 그루누이보다 더 나은 부류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루누이는 냄새를 찾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는가 하면, 기택은 자신의 냄새를 혐오하는 대상을 응징하기 위해 살인을 한다.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하류층의 몸부림이다.
그동안 봉준호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을 통해 인간 사회에서의 ‘계층’을 다뤄왔다. 약자나 소외계층을 소위 ‘당하는 입장’으로, 처한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저항적’ 이미지를 입혀왔다. 현실을 벗어나기보다는, 뛰어넘기 위한 처절함을 봉 감독은 지속적으로 말해왔다. 그렇기에 <기생충>은 <조용한 가족>, <바람난 가족>, <기묘한 가족> 등 가족공동체를 골격으로 전개되는 상황극의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급’이 다른 가족공동체를 나란히 앉히고 근간을 들여야 봄으로써 사회구조를 역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태를 투영시키며 사회적 병폐를 꼬집는다. 영화의 전체 줄기를 이어가는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을 통해‘청년’의 현주소를 가늠하게 한다. 이들 남매는 현 시대에서 청년을 정의해버린 N포세대, 캥거루족의 전형이다. 기택, 충숙(장혜진)과 함께 가내수공업(박스 접기)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에 대한 부정이나 불편이 없다. 마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편입이 녹록치 않음을 이미 체념한 듯 ‘지금’에 순응하며 사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비쳐준다. 기우와 기정은 우리 ‘청년’들의 모습으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기생충>은 15세 이상 관람가임에도 불구하고, 동익(이선균)가 연교(조여정)의 애정신을 연출했다. 굳이, 라는 의구심을 끌어내는 신이지만, 봉 감독은 이들의 대화에서 그들의 본질을 들추고 싶었는지 모른다. 정체불명의 여성 속옷을 찾는 동익과 마약을 언급하는 연교의 본질을, 잠옷 채로 나누는 스킨십은 이들의 본질을 감추며 사는 이중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들의 행동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는 하류층의 가족공동체는 이들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현 사회에 존재하는 계층은 과거 계급구조와 다름없다. 16세기 독일의 부르주아, 영주의 유산계급이나 농민 등의 무산계급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자본’에 의해 계급이 규정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과 중국의 태평천국운동, 러시아혁명 등이 자유와 평등을, 특권층에 대한 노동자의 아비규환이었듯, 예나 지금이나 계급은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 간 갈등이 <기생충>의 원류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진실은 어떠한 부류는 다른 부류에 편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우의 금수저 친구인 민혁(박서준)의 제안, 영화의 핵심어인‘기생(寄生)’이 어쩌면 금수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부터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유기고가 최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