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보통 여럿이 ‘함께 먹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침팬지가 함께 먹기를 조금 하는 정도이고 나머지 동물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원숭이도 먹이를 갖고 재빨리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먹는다. 느긋하게 먹고 있다가 다른 원숭이에게 빼앗겨 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테이블에 여럿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것은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면 이것은 마음의 병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가족이 식사가 끝나고 나면 방에서 슬그머니 나와 혼자서 부스럭부스럭 냉장고를 뒤진다.
또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어울려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지 않고 항상 혼자서 해결한다.
이런 ‘고독’이 계속되면 점점 타인이 무서운 존재가 된다.
그러다가 회사에 가는 것도 무섭고 학교에 가는 것도 두렵고, 사람과의 교체 자체가 무서워지면 어디에도 나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정신과 진찰을 받으러 가게 된다.
병원에도 식당이 있지만, 중증인 환자는 식당에도 가지 않고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한다.
조금 나아지면 식당에 가긴 가지만 옆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혼자서 묵묵히 먹는다. 좀 더 좋아지면 옆에 앉은 사람과 조금씩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더 좋아지면 담소도 가능하다.
동료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있는 것이다.
먹을 때에는 보통 가장 편안한 상태이다.
즐거운 대화가 가능하고 ‘함께 식사하고 싶은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저 사람과 함께하면 모처럼의 맛있는 음식도 맛이 없어지고 만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식사 중에도 사람들의 험담, 비판이 끊이지 않는 사람. “아, 이 밥은 언제 해놓은 것인지 맛이 너무 없다”는 등, “반찬이 어디 어디 식당보다 못하다” 주인이나 종업원이 무표정하다“는 등 듣기 싫은 평판만 늘어놓는 사람, 아무리 맛좋은 고급식당이라도 이런 사람과 함께 식사할 바엔 차라리 주변의 소박한 국밥집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편이 훨씬 맛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여겨지게 되면 함께 먹고 싶어도 함께 먹을 수 없고 결국은 고립된다. 화기애애한 담소가 가능하다는 것은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매력이다.

추교등 기자 dbskj@hanmail.net        추교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