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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료 파업을 기대한다
2020. 08.27(목) 18:38

최종호 편집위원
요즘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전회차를 시청하는 ‘정주행’ 묘미에 빠져 있다. 코로나19 정국으로 일상이 바뀌면서 찾게 된 생활 속 힐링이다. 지난주에는 평소 벼르고 벼렸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슬의생)’을 쉼 없이 정주행 했다. 인생 드라마인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케미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명불허전. 이들의 호흡은 ‘역시’였다. 장면 하나 하나에 감정선이 흔들리며, 울컥하기가 여러 번.
특히, 농아 아동을 위해 수화를 배워 대화하는 장면, 치료 중 생을 마감한 소아환우의 장례식장을 찾은 장면, 엄마를 지극하게 치료한 의사에게 감동 받은 중학생이 훗날 의사가 되어 그 의사와 만나는 장면, 유산 사실에 오열하는 임산부를 마음으로 지켜봐 준 장면 등 의사 생활은 ‘슬기로움’보다는 ‘따뜻함’이었다.
8월 5일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결국 파업을 단행했다. 의사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길래 파업을 선택했을지, 무슨 속사정이 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무래도 ‘슬의생’의 감동이 가시지 않은 터라 가운을 벗은 의사들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다. 이들이 아스팔트로 나온 이유는 정부가 발표한 4가지 정책 때문이었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민감한 사항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이다.
정부는 지역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 10년 동안 의대정원 4천명을 확대해 지역의사 특별전형으로 3천명을 선별하는 것이다. 선별된 3천명은 지역의료원에서 10년간 의무복무 함으로써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없앤다는 게 골자이다. 그 외 1천명은 중증외상, 소아외과, 역학조사관 등 특수 분야와 기초과학 및 바이오 분야 등 연구 인력으로 각각 5백명씩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나 같이 무지몽매한 서민은 의사가 늘어나고, 공공성을 추구하는 의대가 생긴다면 장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거기에 중증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와 같은 생명 연장의 골든타임을 다루는 의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기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는 그들만의 용어로 ‘ER(Emergency Room, 응급실)’ 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유수의 언론을 비롯해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여러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의료 종사자들도 직접 방송을 통해 정부를 향한 호소와 질타, 그리고 의료계 지적 등 다각도에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의료보험 ‘수가’에서 나왔다. 파업의 핵심은 낮은 의료보험 수가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의대정원’이라 의료계가 분노한 것. 실질적으로 의사가 증가할 경우 지금도 포화상태인 1차 동네의원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요점이다. 거기에 전공의들 또한 향후 1차 동네의원 개업을 고려하고 있음을 전제한다면 정부의 의대정원 정책은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개선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의료보험 수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될 것이다. 의료계가 가운을 벗은 ‘간절한’ 이유를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다가서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의료보험 수가가 오른다면 종국에는 국민의 짐이 될 것이지만, 지금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에 시름하고 있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대의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의료계에도 묻고 싶다. 전무후무한 환란을 겪고 있는 지금 국민과 환자의 고통보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치료’가 아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걸 알고 있냐고 말이다. 사회적 책무를 지고 있는 의료계가 개인적 책무에만 매몰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슬의생의 가슴 뭉클한 장면들은 차치하더라도,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든 건지 말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나는 나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내가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노라”는 구절이 있다.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오는 지금처럼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파고든다.
편집위원 최종호 dbs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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