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시도 행정통합 등 지역 현안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만남'이 불발됐다.

광주시청에서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린 곳에서 이용섭 시장은 만남을 원했으나 김영록 지사가 행정통합 '합의문'을 요구하며 거절해 결국 면담이 무산된 것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했는데 협의회가 광주시, 전북도, 전남도 순서로 진행돼 양 시도지사가 함께 자리하지는 못했고 이 시장이 전남도 협의회가 끝날 때까지 시장실에서 기다렸다.

전남도 협의회가 끝나자 이 시장은 회의장을 나오는 김 지사를 직접 찾아가 악수하며 인사를 했고 이어 두 단체장은 취재진 앞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까지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애초 광주시와 전남도는 행정통합 시도지사 면담을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하면서 이날(27일) 만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날 오후 시도지사간 첫 공식 면담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김영록 전남지사는 기념 촬영 후 면담 장소가 아닌 청사 밖으로 향했다.

이 시장은 시장실에서 간단히 차 한잔이라도 하자고 했으나 김 지사는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시장이 3층 회의실에서 시청 1층 청사 밖까지 배웅하며 '면담'을 성사시키려고 했지만 김 지사는 "다음에 만나자"며 차를 타고 떠났다.

김 지사가 이날 면담을 거부한 것은 실무 협상 과정에서 '합의문구'를 놓고 이견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 시도지사의 면담을 앞두고 전남도는 '행정통합 이행과 관련한 합의문'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행정통합의 원칙이나 시점, 방식 등을 담은 합의문이다.

몇몇 문구 중 '행정통합 관련 논의는 민선 8기 때부터 한다'는 조항을 놓고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민선 8기 때 논의하자'는 내용을 담자고 하고 광주시는 행정 통합 논의는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인데 행정이 '논의를 언제부터 시작한다'는 문구를 넣는 게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또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시작하자는 차원인데 굳이 '민선 8기 때 논의를 한다'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김영록 지사가 '민선 8기때 논의'를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으로 해석한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김 지사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행정통합이든 광역경제권이든 통합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전남도지사 재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무조건 민선 8기때 논의해야 한다고 고집 피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대를 모았던 '면담'이 무산되면서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시도지사간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용섭 시장의 말처럼 "남한과 북한의 만남도 아니고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가 만나는 게 뉴스가 된다는 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튼 둘이 만나서 광주와 전남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했으면 좋겠다.

추교등 기자 dbskj@hanmail.net        추교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