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군·민간공항 문제 해법으로 '4자협의체 논의'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전남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도는 광주 민간공항 이전과 군공항 이전은 별개 사업으로 광주시가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전남 정치권과 시민사회, 경제단체는 연일 성명을 통해 '민간공항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는 국방부, 국토부, 광주시, 전남도가 함께 참여하는 4자협의체 불참까지 선언했는데 지역 정가에서는 전남도의 '4자협의체 거부'는 지역 상생발전을 깨고 민간공항 이전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광주시와 전남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광주 군·민간공항 문제를 둘러싼 양 시도간 갈등은 2018년 8월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협약부터 시작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7기 출범 직후인 2018년 8월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를 열고 민간공항, 군공항과 관련한 두 가지 안을 합의했다.

하나는 이 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 등 3자가 서명한 협정문, 또 하나는 이 시장과 김 지사가 같은 장소에서 사인한 '상생 협정문'이다.

3자 협정문에는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은 무안국제공항을 국토 서남권의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광주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 시도지사 상생 협정문에는 '광주 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면 군공항도 전남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전남도는 이전 대상 지자체, 국방부, 양 시·도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군 공항이 조기에 이전되도록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 가지 협정문을 놓고 보면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은 맞물린 사안이다.

이 협정문에 따라 그동안 민간공항 이전 작업은 착착 진행됐다. 하지만 군공항 이전은 무안지역 일부 주민들의 반발과 전남도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남도는 군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은 별개라며 '민간공항 이전' 약속만 지키라고 주장하고, '적극 노력'의 책임은 외면했다.

군공항 이전이 2년여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4자협의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광주와 전남만의 노력으로는 군공항 문제를 풀 수 없고 중앙정부, 특히 국토부와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찾은 돌파구다.

광주·전남은 그동안 중앙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줄기차게 요구했고, 중앙정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 요구를 받아들여 4자협의체가 어렵게 구성됐다.

4자협의체는 국가 차원에서 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상생발전을 위해 함께 참여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답보 상태에 있는 군공항 이전지역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광주와 전남의 오랜 숙원사업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국토부가 4자협의체를 주관하면서 군 공항은 물론 민간 공항 이전도 논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판단했다.

광주와 전남은 지난 12월1일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4자협의체 구성을 공식 발표하고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는 사이 광주에서는 2021년 민간공항 이전을 앞두고 지난 9월 군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공항을 이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광주 바로소통 플랫폼에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국제공항 이전을 재검토하자는 의견까지 올라왔고 시민권익위원회는 시민 여론조사를 진행해 의견을 묻고 시장에게 정책권고안을 내기로 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선 시민 80%가 광주 민간공항은 군공항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권익위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광주 민간공항 이전 시기를 유보하고 군공항 이전 부지에 대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의를 이룬 후 결정해야 한다'는 정책권고안을 이 시장에게 제출했다.

이용섭 시장은 지난 9일 정책권고안에 대한 답변으로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통합하되, 이전 시기는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중심이 돼 논의하고 있는 '4자 협의체'에서 결정하도록 건의하고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했다.

광주시 입장에서는 군공항과 민간공항 문제를 턴키로 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시장의 해법 제안에 전남도는 발끈하며 '민간공항 이전'과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어렵게 꾸린 '4자협의체' 참여도 거부했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전남도의 '4자협의체 거부'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며 "어렵게 중앙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낸 광주전남의 공동 노력이 물거품되고,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공항문제는 또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군공항 이전과 별개로 민간공항 이전만 주장하다가 자칫 민간공항 이전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광주시민 80%는 민간공항만 보내는 걸 반대한다.

이용섭 시장도 민간공항 이전문제를 4자협의체의 군공항 이전문제 논의와 연계해 풀겠다고 밝혔다.

군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2년여 동안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할 정도로 전남도의 반발이 큰 상황에서 이 시장이 아무 대책 없이 민간공항만 전남도로 보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4자협의체를 통해 군공항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면, 광주시는 내년에라도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보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군공항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민간공항 이전도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된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문제의 열쇠는 4자 협의체에 달려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4자협의체가 유지돼야 하고 중앙정부와 광주전남이 공항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튼 4자협의체 안에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충분히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정책 방향을 공유하면서 공항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

추교등 기자 dbskj@hanmail.net        추교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