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전면 개정됐다.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 구현,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 등 자치분권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흡하나마 약 4만 6,000여건의 국가사무 중 약 2,000건을 지방에 이양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재정분권 정책도 추진 중이다. 주민자치와 복지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방공무원도 충원해 왔다.

주민자치는 이러한 지방분권을 완성하는 실질적인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주민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주민자치회 제도를 2013년부터 시범도입 했으며, 2020년 6월 기준 626개 읍·면·동에 주민자치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기존의 주민자치센터 운영 외에 자치계획 수립, 마을축제, 마을신문 등 마을의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의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자치회는 명실공히 주민의 대표적인 기구로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듯 주민자치회는 제도상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주민자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주민자치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과 주민의 참여는 주민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서구는 그동안 주민의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커뮤니티 공간 조성, 마을기업 육성, 마을축제와 주민총회 지원 등이 그것이다. 그 결과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5년 연속 최다 우수사례 선정 지자체가 됐으며, 새롭게 복원된 마을공동체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서구는 지난 2016년부터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 서구 18개 동 중 8개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했으며, 주민자치회와 자치센터 운영, 광고물 정비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4개의 사무에 대해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올해 4억 9,500만원의 주민자치 활성화 사업 예산을 편성하여 주민편익 사업, 마을의제 등의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서구의 주민자치 실현 노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사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는 2019년 대상 수상을 비롯해 2016년 이후 5년 연속 최다 우수사례 선정 지자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서구 주민자치의 대표 브랜드인 학교총회 사례는 영상으로 제작돼 전국 지자체에 수범사례로 배포될 예정이다. 서구는 ‘동 정부 수준의 주민자치 구현’이라는 결코 쉽지 않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 왔다. 구청이 행하는 관치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는 풀뿌리 직접민주주의의 무대를 만들어 온 것이다.

지방분권의 완성이 주민자치라면 주민자치의 완성은 주민참여다. 주민자치회의 심의를 거친 안건을 주민총회에서 주민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고, 결정된 사항에 예산을 반영해 집행하는 것이 풀뿌리민주주의의 완성일 것이다.

비록 현재의 지방자치 제도가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서구는 풀뿌리민주주의로 가는 무대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그리고 무대를 채우는 것은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이며, 그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by the people(국민에 의해)’이다. 국민의 충분히 자유로운 참여 없이는 아무리 국민의 이익을 도모한다 하더라도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적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82년 옥중서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여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광주시 서구 자치행정국장 이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