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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형성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
2021. 08.23(월) 17:25

최종호 위원
‘육아의 세계’는 어렵다. 격동기에 통용됐던 “지들이 알아서 커”는 이제 상상도 못할 만큼 복잡다단하다. 아프리카 속담에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육아는 힘든 영역임이 틀림없다. 단지 과거 ‘아이들’은 시대적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부모를 배려해 눈치껏 알아서 컸을 것이다. 속이 꽉 찬 지금의 ‘어른들’이 아닐 수 없다.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는 육아에 대해 “명제에 사로잡힌 육아에 빠지면 중요한 본질은 잊고 명제에 휩쓸려 가기 쉽다”고 일침했다. ‘중요한 본질’을 좇는 것이 핵심이라면, 아이들의 ‘자력 성장’과 ‘명제적 의도’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할 수 있을 터. 지금을 사는 부모들이 저마다의 명제에 빠져 육아에 허덕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이러한 생각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한다. 영화는 ‘육아’에 대한 질문을 가늘지만, 날카롭게 던진다.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하던 에바(틸다 스윈튼)가 초보 엄마로서 겪는 일상은, 여느 초보 엄마가 겪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우는 아기 달래기 등 서툴고 낯선 상황의 연출은 비단 에바만 맞닥트리는 일상이 아닌 것. 반면, 아빠 프랭클린(존 C. 라일리)은 아기와의 공감 능력을 갖추며, 육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 같이 서로 상반되는 묘사는 여느 가정의 모습과 흡사하다. 소위 엄마는 무섭고, 아빠는 친근한, 혹은 이와 반대되는 구조와 일맥하다.
영화는 일반적인 프레임 속에서 아이의 성장을 다룬다. 장면마다 요소마다 우리네 가정의 모습을 읽히게 하지만, 미세한 불안감이 전체를 잠식한다. 케빈(에즈라 밀러)이 자라면서 그 불안은 실체적 상황을 연출한다. 고작 5~6세 짐짓한 케빈이 엄마인 에바에게 보이는 싸늘하면서도 냉정한 태도는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급기야 청소년기의 케빈은 에바와의 관계를 비틀려는 듯 작위적으로 거친 상황을 만들어낸다. 순전히 케빈의 표정에서만 그 이유를 밝힌다.
특히, 영화는 케빈과 에바 간 ‘언어폭력’을 순간순간 표면화시킨다.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랑 달라. 엄마는 그냥 나에게 익숙한거야”라는 케빈의 대사는 모자 간 형성된‘관계의 혼돈’을 응축한다. 뿐만 아니라 어릴 적 자신의 팔을 부러트린 엄마에게 케빈이 “엄마가 했던 가장 솔직한 행동이었지”라고 표현하거나, “너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는 더 행복했다”는 에바의 고해성사적 대화는, 관계의 혼돈을 야기한 시발점이거나 폭발점임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언어의 폭력에만 국한해 틀어진 모자 관계의 이유를 추측하기에는 근거가 미미하다. 소위 말하는 중2병인지, 아니면 어릴 적 육아에 지친 에바의 푸념이 케빈의 인격 형성에 문제로 작용한 것인지에 대한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케빈에 대하여>를 봐야하는 당위성일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 발생하는 감정의 양상은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콤플렉스로 대별된다. 아들이 엄마를, 딸이 아빠를, 부모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는 것. 이러한 굴절된 심리는 사랑의 과잉이 집착으로 변형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부모를 향한 케빈의 알 수 없는 반감을 어떤 것에서 찾아야할지 부모의 난감하고, 난처한 현실적 난제를 영화는 건조하게 던진다.
자료: 네이버 이미지
<케빈에 대하여>는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동명소설을 린 램지 감독이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다. 모자 간 관계의 심리가 소재의 축을 이루기 때문에 린 감독은 소설에 충실한 연출에 집중한 듯하다. 반면, 린 감독은 2017년 <너는 여기에 없었다>에서 결이 다른 모자 관계를 하나의 시퀀스로 담았다. 유년기의 상흔과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매일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노모를 돌보는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를 묘사한 것. 청부살인을 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회 어두운 계층이지만, 자식으로서 부모에 대한 책무를 다하는 조와 케빈의 극단적인 심리의 구분은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이다. 뿐만 아니라 조의 시퀀스는 영화 <조커>에서도 차용된 듯 유사한 관계 구도가 형성된다. 조커(호아킨 피닉스)가 노모를 돌보는 장면이 조의 상황과 오버랩 되는 듯 구조가 하나를 이룬다.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조와 조커가 노모를 돌봄으로써 자신을 치유하는 건 아닌지 감정의 이입이 여기에 맞닿는다.
<케빈에 대하여>는 관계 형성의 본질을 다룬 무거운 영화이다. 인간의 발달 과정이 가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담고 있다. 가족 간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교감을 이루는지, 그리고 상호 관계는 어떻게 진전되는지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얻는 결과는 무엇인지를 심도 있게 접근하게 한다. 자가 성장이든 명제적 의도이든,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과제를 부여한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dbs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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