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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
2021. 11.08(월) 11:30

최종호 위원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인 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소재다. 1934년 런던, 로마, 이스탄불, 파리 등 유럽 대륙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의 의문사를 풀어내는 것이 영화의 줄기이다. 공간과 꼬리를 무는 의문들에 대해 영상은 어떻게 접근했을 지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때문에 영화적 기교는 영화 전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영화에 출연하는 화려한 배역진들은 우선 관객을 유도하는 일등공신이다. 미셀 파이퍼, 윌리엄 데포, 조니 뎁, 페넬로페 크루즈, 주디 덴치 등 주옥같은 배우들의 대거 출연만으로도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1974년 숀 코너리, 잉그리드 버그만, 바네사 레드그리에브, 알버트 피니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스타시스템 전통을 현대 버전에서도도 이어갔다.
하지만 할리우드 ‘별’들은 단순 등장에만 머무른 듯 영화의 감흥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각자 명성에 걸맞은 개성 있는 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라쳇을 연기한 조니 뎁이나 게르하르트 하드만역의 윌리엄 대포는 존재에서 뿜어지는 아우라 마저 사라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라바도스역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무색무취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밋밋한 연기가 전부다. 포와르 역과 감독을 맡은 케네스 브레너가 영화 특성상 1인형 중심구도에 초점을 두고 연출했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브래드 피트, 앤디가르시아, 조지 클루니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던 <오션스 일레븐>이 배우 면면의 특징을 잘 살려낸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영화적 기술인 ‘복선’이다. 유수의 추리소설에는 복선이 주를 이룬다. 사건의 실마리를 암시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혼선을 빚어내는 함정 같은 역할이다. 분명한 건 영화의 극적 구도를 끌어올리는 기교라는 것. 그러나 자칫 영화 전체를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복선이 지닌 본디 효과가 암시와 같기에 때로는 영화 몰입에 훼방꾼 노릇을 부정할 수 없다. 복선과 암시에 따라서 결말이 현현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아쉬움이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그러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 발단하면서 영화는 감흥을 유도한다. 장르가 갖는 특성이 배어 나오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는 순간도 잠시, 사건 발발과 함께 이내 곧 결말이 암시된다.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단박에 결말을 추측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읽힌다. 그 속에서 복선은 추측을 낳고, 종국에는 결말과 일치한다.
라쳇(조니뎁)의 죽음 시퀀스에는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이 담겨있다. 다시 말해 영화의 전체가 집적돼 있다. 13명의 용의자들 각각 또는 그들이 맺고 있는 연결고리에 대한 의문을 유발시키는 장면이기도 하다. 때문에 각각 인물들이 지키고자 하는 속사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미지 출처: movie.naver.com
복선을 통해 결말을 대략 예고했기에 세밀하고, 정교한 묘사가 발현돼야함은 연출자의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영화에서 보여 지는 명탐정 포와르(케네스 브래너)가 펼치는 탐문은 정교하거나 놀랍지 않다. 수사방식은 오히려 평범에 그친다. 단어의 억양 등 대화 속에서 잡아내는 허점들과 손수건의 이니셜 같은 단서 찾기 등은 탐정 장르만의 클리셰이다. 게다가 1930년대의 시대적 배경과 현재 시점의 조화가 관객의 호응을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따라 붙는다.
하지만, 영화 도입부에서 묘사된 완벽주의자적 포와르와 결말에서 보여준 도덕주의를 지향하는 모습은 세계적 명탐정이 지닌 인간미라는 ‘반전적 복선’이 클리셰를 상쇄시키는 몫을 차지한다.
영화에서는 당시 시대를 재현한 미술효과가 무엇보다 돋보였다. 미술감독 짐 클레이는 2006년 <칠드런 오브 맨>에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적확하게 표현해 찬사를 받았던 것처럼 <오리엔트 특급살인>에서는 특급열차는 물론 소품들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방향은 재미보다는 ‘공감’이다. 엔딩 시퀀스에서 ‘치유’를 말하고자 했다.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그들의 상처를 위로했다.굳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말한다면,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포와르의 마지막 선택인 ‘관용’과 ‘도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힘이 풀리는 복선을 활용해 미리 관객에게 동화를 얻고자 한 건지도 모른다. 영화적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도덕적 판단 기준이 중요함을 일깨워야 한다는 의무감을 말이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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