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의 의제는 ‘명분’이다. 발발 이유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 왜 사실을 은폐하려고만 하는지, 5‧18과 관련된 모든 것들은 의문형이다. 때문에 광주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범역의 한계를 구분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국가와 민족의 테두리에서 ‘5‧18’을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 왜곡되고, 굴절된 진실을 평면화 시키고, 원형 그대로의 날것을 오롯하게 녹여내야 한다. ‘존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성찰이 5‧18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을 객관적으로 담았다. 광주시민이 아닌 다른 공간의 사람들에서 출발했다. 비극 속 숙명적 담론의 매개자로 그들의 시각을 대입시켰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과하지 않게, 오히려 미흡하게 당시의 상황을 연출하며, 감정의 증폭을 유도했다. 시대적 비극을 전 세계에 알린 피터(위르겐 힌츠페터, 토마스 크레취만)와 그의 발이 된 김만섭(김사복, 송강호)의 소설 같은 이야기가 5‧18을 객관적 시각으로 회생시켰다. 비단 영화적 장르에만 머무르지 않고, 5‧18의 실증자료서 손색없을 만큼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그래서인지 <택시운전사>는 영화적 유희를 넘어선다. 고립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맞서는 광주시민에게 결코 ‘혼자’가 아니었음을 알리며 보듬는다.

‘진실’을 암시하고, 전라도 ‘감성’을 끌어내다

<택시운전사>에는 복선과 암시, 대조가 잘 버무려져 있다. 초반부터 시티팝인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통해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한국의 비약적 발전을 담으며, 곧 불어 닥칠 비극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을 역설한다. 당시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독일인 기자 피터를 통해서는 5‧18의 참상을 예견하는 복선을 깐다. 계엄령 철폐와 신군부의 퇴진, 김대중 석방을 외치는 데모에 광주가 고립되고 있음을 내비친다. 마치 프레임 밖에서 5‧18을 갈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택시운전사>의 객관적 시각은 다른 형태로도 나타난다.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광주를 벗어나려는 피터와 만섭이 맞닥뜨리는 경계초소에서의 시퀀스가 그것. 중사(엄태구)가 발견한 ‘서울번호판’은 5‧18이 광주 폭도들에 의해 발생한 소요사태로 덮을 수 있었던 결정적 단서였으나, 중사는 서울번호판을 오히려 덮어버린다. 5‧18은 있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임을 중사를 통해 표현한다. 5‧18에 대한 객관적 암시로서 영화에서 5‧18에 대한 객관적 시각이 반영된 핵심적인 장면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는 진실에의 울림을 현재의 모습과 일치시킨다. 광주의 참상을 담은 필름을 안전하게 유출시키기 위한 이들은 포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리본’을 묶는다. 미수습 시신 5구가 남아 있는 세월호의 참상과 5‧18이 리본을 통해 ‘진실’을 암시하는 듯 말이다.
전라도 특유의 감성은 영화의 장치적 첨가제로 작용한다. 정감과 나눔,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통해 ‘대동정신’의 뿌리를 비춘다. 5‧18정신이 담긴 주먹밥은 물론이며, 주유소 사장의 통큰 공짜 기름, 외지 손님을 응접하는 태술(유해진)의 저녁 정찬 등 나눔은 전라도의 ‘일상’이었음을 영화에 묘사된다. 한때 인터넷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도배되다시피 했던 그들만의 은어 ‘홍어’와 대조를 이루며 곰삭은 ‘정(情)’이 전라도 정서였음을 확인케 한다.

5‧18, 공감에 다가서다

5‧18민주화운동은 시대적 비극이자 아픔이다. 조심스런 접근과 함께 본질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상처에 대한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5‧18은 발포 명령자, 기총소사 등 풀지 못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준식(류준열)의 “군인들이 어째 이라는지 진짜 모르것당께요”라는 말에 누군가는 답을 해야한다. <시그널>에서처럼 과거와 현재가 무전기를 통해 연결된다면 1980년 5월 27일 마지막 격전지 속 시민군에게 지금 우리는 말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2년 한국과 전 세계는 당신들의 의로운 희생을 슬퍼하며, 5‧18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