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추가
전체기사 정치 행정/자치 사회 경제 교육 문화 스포츠 종합 환경/건강 기업 탐방
2023.02.05(일) 18:28
논설
시사평론
동아칼럼
기자수첩
포토
사람들
기고
최종호의 세상보기
전체 포토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노무현입니다>
2022. 03.17(목) 17:18

최종호 위원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민들은 우두망찰했다. 국가 원수의 ‘자살’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말없이 기대고 싶은 아버지와의 이별통보였다. 불식간에 저며 오는 먹먹함과 함께 그를 보내고, 그리워하는 과정에서 눈물은 원통함으로 변해갔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다시 자극했다. 그의 정치철학을 들여다보고, 험난했던 ‘동서화합’의 길을 확인하며, 울고 웃게 만들었다. 영화의 입소문은 여느 다큐영화와는 달랐다. 다큐영화 사상 최초로 최단시간에 10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 저력에는 의당 ‘노무현’이라는 시대적 인물이 큰 몫을 차지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나라다운 나라’, ‘살맛나는 세상’에의 염원이 정서적 축을 이룬다. 노 전 대통령의 주변인들이 전하는 그의 삶의 가치에 대한 공유가 ‘공감대’로 작용한다. 미처 알지 못한, 알았으되 인정하지 않았던, 인간 노무현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그것. 이 영화가 지닌 힘이다. 다큐장르 특성상 편집의 초점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기에 전체적인 맥락에서 편집이 차지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진실과 거짓을 작위적으로 교차시킬 수 있는 창작의 치명적인 기술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얼마나,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자 핵심이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입니다>는 연출과 편집이 강점이다. 시작과 끝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드러내고 싶은 속내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군더더기 없는 영상이 다큐멘터리의 현장감을 살리며, 관객과의 호흡을 나란히 한다.
영화는 노 전 대통령의 가치철학을 한 뿌리의 두 갈래로 나눠 설명한다.
하나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요원인 이화춘 씨가 말하는 인권변호사 노무현이다. 이미 <변호인>의 송강호를 통해 알려진 부산학림사건(부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반국가단체의 죄목을 씌운 반인권적인 사건이다. 민주화세력의 제거가 주된 목적으로 불법감금과 고문의 자행 뒤에는 군부독재가 있었다. 서슬 퍼런 시대 이러한 상식 밖의 현상에 대해 바른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는 그는 뼛속부터 ‘소신론자’다. 적당히 타협하면 오히려 신분상승의 날개를 달 수 있는 세상을 무시한다. 인간 노무현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로서 예정된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누구나 평등하고, 소외받지 않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행동하고, 고뇌한다. 그를 감찰하는 안기부 요원에게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자료를 건네는 무모함. 현상의 본질을 세상에 알리고, 바로 세우기 위한 그만의 몸부림이 이화춘 씨를 통해 느껴진다. 이화춘 씨가 떠난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눈시울을 붉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 출처:movie.daum.net
영화는 다른 갈래에서 정치인 노무현을 이야기한다. 그가 걸어온 길을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안내해준다.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시절부터 그의 정치 이력을 빠르고 리드미컬하게 표현한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 동구 재선 실패, 1995년 부산 시장 낙선,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 낙선을 비교적 가볍고 희화적으로 묘사한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수식어를 있게 한 제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선거의 민낯을 보여준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동서화합’을 위해 선택한 부산에서 그는 상대 후보의 ‘동서불협’에 결국 고개를 떨어뜨린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은 스릴과 서스펜션이 버무려져 있다. 특히,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탄생과 활약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당시 짐작하지 못한 그들의 진정성에 놀라고, 인간 노무현을 향한 지지와 사랑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2% 지지율을 경선 승리로 이끌었던 주역들, 지역 경선 때마다 흘린 그들의 눈물은 참다운 나라를 꿈꾸는 간절함이다. 영화는 노무현 후보의 연설 장면에 공을 들인 듯하다. 그때는 몰랐을지라도, 지금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역력하다. 흔들림 없이 ‘동서화합’을 외친다. 정치적 모략에 진심으로 응대하는 그의 기지는 단호하면서 슬프다.
<노무현입니다>는 인간 노무현이 지니고 있는 삶의 무게를 설핏 비춘다. 올곧고 강직한 그의 모습 뒤꼍에 있는 쓸쓸한 고통을 차분히 전달한다.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 할 사람들, 자신이 가는 길에 창을 던지는 사람들, 가늠할 수 없는 침통은 짊어져야 할 숙명적 무게였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한 인생의 협력자로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유서를 읊는다. 그리고 해석한다.
“간결한 문체의 유서에서 평소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느껴집니다.”
죽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낸 노무현 전 대통령. 오로지 국민, 동서화합, 평등만을 외치며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꿨던 인간 노무현. 그렇게 떠나도록 외면해버린 우매한 민초들은 후회하며, 사죄한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편집위원/도시·지역개발학 박사 최종호 moon201052@naver.com

DBS 광주동아방송 : 주소·발행소 :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040 등록번호: 광주 아-00105 등록일:2012년 4월 5일 발행·편집인 : 오동식 편집인:추교등

DBS 광주동아방송. all rights reserved. 대표전화 : 062)385-0774 팩스 : 062)385-5123이메일 : dbskjtv@kakao.com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책임자:추교등

< DBS광주동아방송 >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 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