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사회에 있어 스승이라는 존재는 범접할 수 없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훈육을 위해 들었던 ‘사랑의 매’는 이제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폭력으로 비화됐고, 속담 역시 어느덧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지금은 개인의 존엄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이지만, 인권과 자유를 말하기에 앞서 청소년들이 과연 학생 신분으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특히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인성과 사회성을 가르치는 교사는 꼰대로 불리며, 정규직 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는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이 한쪽으로 무너진 지금, 정규직 교사가 담임을 맡지 않고 기간제 교사에게 전가하는 분위기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청소년 시기 ‘세상을 다 가졌다’는 오만방자한 생각과 ‘장난으로 봐달라’는 안일한 사고는 훗날 지역사회에 병폐로 남을 수 있다. 이미 갈수록 도를 넘는 교권침해 행위가 수두룩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일탈 행위에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광주지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4명 중 1명의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교원평가 과정 중 성희롱, 외모 비하, 욕설, 인격모독 등의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 ‘교권을 침해 당했다’는 교직원들의 신고는 64건으로 전년에 비해 88.2% 급증했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학교폭력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반면, 교사들의 정당한 권리인 수업권은 침해받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교권침해 사례를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나친 관대함은 학생들에게 해악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해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은 교사 뿐만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의 어른들의 몫이다. 학생들은 인권을 존중해주는 현재의 문화가 특권이 아닌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하고, 학부모 등 어른들은 ‘내 아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교권침해를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전남매일 사회부 최환준 기자         전남매일 사회부 최환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