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이기 때문에 물을 아껴써야 한다’였다. 그러나 실제로 물이 부족했던 기억은 한 순간도 없었다. 더운 여름에는 워터파크나 물을 뿌리며 즐기는 축제에 많은 인파가 붐볐고 실생활에서조차 물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어느 곳을 가던 수도꼭지를 틀면 항상 깨끗한 물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광주·전남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최근 광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기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에서 ‘역대 최장’ 기간인 281일 동안 기상가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지난해 광주·전남에서는 약 두 달 반을 제외한 1년 내내 가뭄 현상이 지속된 셈이다. 연강수량은 평년대비 60.9% 수준인 854.5㎜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광주·전남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의 저수량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하루에도 동복댐 저수량은 0.13%p, 주암댐은 0.06%p씩 낮아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광주시도 5월초 제한급수 시행이 불가피하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가뭄으로 농작물을 기르는 땅은 말랐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 사고가 늘어났다. 또 보성강발전소의 수력발전소 가동이 멈추고 여수·광양 국가산업단지는 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며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사실 물 부족 국가가 아닌 ‘물 스트레스 국가’이다. 강수량은 풍부하나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자원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300㎜로 세계 평균의 1.6배에 달하지만, 이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강수총량은 연간 2,546㎥로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즉, 1인당 물사용량을 줄일 경우 물부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지역은 지난 3개월간의 물 절약 운동이 빛을 발하며 제한급수 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기후위기 속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물 절약 습관화와 ‘물 순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남내일 사회부 김혜린 기자 dbskj@hanmail.net        전남내일 사회부 김혜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