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4년 만에 치러진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앞선 경기의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여 극적인 역전승을 이루어냈고 국민들은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스포츠 경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경기장 안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한 규칙이 적용되고 외부 요인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스포츠 경기는 대중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기에 승부 조작, 불법 약물 등 경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탈행위는 엄격하게 처벌받는다.

선거도 이와 같다. 선거에서 법과 원칙은 모든 후보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고, 이를 훼손하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이 법과 원칙을 어기며 불법 선거운동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합장선거와 같이 규모가 작은 선거일수록 ‘확실한 내 표’를 만들기 위한 불법 선거운동의 유혹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조합장선거는 공직선거에 비해 유권자 숫자는 적고, 학연·혈연 등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등 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 유권자는 사적 인연을 이유로 후보자의 선물이나 식사 제공 등을 단호하게 거절하기 어렵다.

그러나 금품이나 식사를 제공받은 유권자는 받은 금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폭탄을 받게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금품 제공 관행이 지속되면 후보자는 전체 조합원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개발하는 대신 ‘확실한 내 표’를 만드는 방법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다. 조합의 미래를 저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깨끗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유권자의 목소리에 따라 2005년부터 조합장선거를 위탁·관리하기 시작하였고, 2015년에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하면서 전국 모든 조합장선거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에게 선거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홈페이지(www.nec.go.kr.)에 선거일정 등 다양한 선거정보를 종합적으로 게재하고 있으며, 후보자등록 이후에는 유권자에게 선거공보를 발송하고 해당 조합 주사무소와 지사무소에 선거벽보를 첩부 할 예정이다.

정책선거에 대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책선거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 기준을 학연·지연이나 금품이 아닌 정책과 공약에 두자는 것이다. 정책선거 운동은 공직선거에서부터 도입되어 선거관리위원회와 각종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유권자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선거문화의 한 분야로 정착되어왔다.

이러한 정책선거는 당연하게도 공직선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조합장선거에서도 꼭 정착되어야 할 선거문화라 할 것이다.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는 본질적인 힘은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있다. 이제는 사적 인연은 잠시 미뤄두고, 조합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다.

오는 3월 8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가 준법의식 속에서 후보자들이 정책으로 승부하는 희망찬 조합의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광주 남구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 박철환